표지판·CCTV 설치 … 홍보부족 탓 존재조차 몰라
위험상황 경찰연계 비상벨 눈에 안띄어 취지 무색
심야시간대 여성들의 안전 귀가를 돕기 위한 `여성안심 귀갓길'이 운영되고 있지만, 홍보부족으로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특히 안심귀갓길에는 위험 상황에 대비해 경찰과 연계되는 비상벨이 설치돼 있지만, 보행자 눈에 잘 띄지 않거나 심지어 파손된 경우도 허다하다.
24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청주지역의 경우 흥덕구 12곳을 비롯해 청원구 10곳, 상당구 6곳 등 28곳이 여성안심귀갓길로 선정돼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대학가, 여고 등 여성 보행자들이 많이 다니는 골목길이 대상이다.
청원구 우암동 청주대학교 부근의 한 골목길. 대학가 인근에는 원룸촌이 많다 보니 그만큼 여대생들도 많이 오가는 곳이다. 그러나 골목길엔 불을 밝힌 상가가 드문데다, 가로등도 드문드문 설치돼 밤이 되면 후미진 골목길로 변한다. 인근 경찰 지구대와도 900미터가량 떨어져 있어 심야에 이곳을 오가는 부녀자들은 늘 긴장하게 된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이 골목길을 여성안심귀갓길로 지정하고 비상벨까지 설치했다. 하지만, 이 골목길을 오가는 여성 중 이곳이 안심귀갓길이란 사실을 아는 경우는 드물다.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씨(여·23)는 골목길 원룸에서 3년 넘게 살고 있지만 이 길이 여성안심귀갓길인 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학교에서 집까지 항상 이 길을 통해 다니는데, 가로등도 별로 없고 불빛도 어두워서 그런지 지날 때마다 으스스한 기분이 든다”며 “여성안심귀갓길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제가 다니는 길이 그 길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골목길에 설치된 여성안심 비상벨은 언제부터인가 파손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길을 통해 출근한다는 대학 조교 김모씨(27)는 “비상벨이 파손된 것을 보면 이 길이 되레 더 불안한 귀갓길이 된 게 아니냐”며 의문을 표시했다.
청주시 서원구 사창동 중앙여고 주변의 한 골목길도 여성안심귀갓길로 운영 중이다.
골목 한 켠 편의점 맞은편에 비상벨과 CCTV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늘 불법주차된 차량에 가려 보행자들의 눈에 띄지 않는데다 비상벨은 쉽게 찾아볼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곳에서 10여 넘게 편의점을 운영해온 김모씨(여·62)는 “한 5년 전 편의점 앞에 CCTV를 설치하더라. 근데 비상벨이 있는지 몰랐고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 길인지는 자세히 모른다”고 말했다.
심야시간 각종 범죄에 취약한 약자와 여성들을 위해 도입된 `여성안심귀갓길'이 당초 취지와 달리 제구실을 못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현재 범죄에 취약한 특정 시간대를 정해 탄력적으로 순찰을 진행하고 있다”며 “파손된 비상벨 등 시설 관리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협력해 빠른 시일 내로 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용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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