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선물이다
축제는 선물이다
  • 전영순 문학평론가
  • 승인 2024.10.2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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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렇게 멋진 선물을 철철이 보내는 걸까? 선물 같은 아침을 맞는다. 뜨거웠던 열정이 고요히 스며드는 계절이다. 풍덩 뛰어들고 싶은 하늘 아래 단풍이 곱다. 눈길 가는 곳마다 마음이 따라간다. 자연이 주는 풍요로 지역마다 축제가 한창이다. 고을마다 들썩거리는 인파로 단풍빛이 깊어간다.

지자체와 예술단체에서 축제의 마당으로 사람 몰이한다. 가을의 결실만큼 축제는 중요하다. 지역 경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자연물과 인공물, 농수산물을 매개로 축제를 한다. 봄에 벚꽃축제가 지역마다 주를 이룬다면 가을은 농수산물과 자연물, 인공물 등을 대동시킨. 축제는 건조한 우리의 삶을 잠시 쉬어가게 한다.

가을 축제를 보면 자연을 이용한 속리산 단풍축제, 정선의 야생화축제, 민둥산 억새축제, 청남대 국화축제, 휴애리 핑크뮬리축제, 초정약수축제 등이 있으며 농수산물로는 보은의 대추축제, 봉화의 송이축제, 청도의 반시축제, 문경의 사과축제, 정선의 곤드레산나물축제, 홍성의 대하축제, 부산의 자갈치축제, 청원생명축제, 강릉의 커피축제, 부산의 수제맥주축제 등이 있고 민속놀이를 이용한 아우라지 뗏목축제, 서귀포 칠십리축제, 영동의 난계축제, 안동의 국제탈춤페스티벌 등이 있다. 인공물을 이용한 진주의 유등축제, 서울세계불꽃축제, 울산의 태화강 빛축제 등이 우리의 발길을 유인한다.

어디 이뿐이랴 오송의 오송화장품박람회, 태안의 가을꽃박람회 등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아름다운 향기로 채워준다. 축제는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어우러져 우리의 기분을 한층 고조시켜 주머니를 열게 한다. 지역에서 나온 특산품은 농가의 소득을 올려주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행사장을 찾은 소비자를 충족시켜주는 싱싱한 먹거리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은 가을 축제를 놓치지 않는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가을 축제.

지역축제는 경제 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타지역 사람들도 동참하여 즐기는 자리다. 지역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라 놓치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어디 가나 우리의 먹거리가 있고, 살아 숨 쉬는 우리의 흥이 있어 좋다. 마음이 한없이 넉넉해지는 계절이다.

축제는 단순히 즐기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이 함께한다. 지역 특색을 담아 펼쳐지는 마당에서 공동체사회의 소속감으로 이웃을 생각하게 한다. 다양한 사람이 사는 세상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다. 쳇바퀴 돌듯 사는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눈과 마음을 식히라고 단풍이 들고 삽상한 바람이 분다. 얼마전 영동에서 진행한 난계국악축제에 다녀왔다.

혼자서 지내던 나는 동료애를 생각하는 중이다. 언어로 예술 활동하는 문학은 고독하다. 혼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함께라는 자리로 발길을 돌렸다. 문인 여럿이 충북예총에서 진행하는 충북예술제 `예술로 잇다“ 행사에 동참하기 위해 서둘러 길을 나섰다. 가을바람을 맞으며 반야사, 월류봉, 노근리평화기념관을 둘러보고 영동난계국악축제장으로 갔다.

밤하늘에 걸린 둥근달이 아름다운 선율을 끌어올려 예술의 향기를 뿜어낸다. 잊혔던, 잠자던 서정이 무대 위 배우와 함께한다. 일상이 정복됐다.

행사장 밖에서는 마을별로 주민들이 부스를 치고 포도주 시음식장과 설설 끓는 국밥을 말아 판다. 아, 바라만 봐도 따뜻하다. 닫힌 공간이 아니라 열린 공간에서 자연과 함께 어우러질 때 우리의 행복 지수는 높아질 것이다. 이번 주말에 반려자랑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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