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시비
문해력 시비
  • 장민정 시인
  • 승인 2024.10.14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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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요즘엔 신조어가 범람한다.

이 말은 사전에도 없는 말들이 자고 나면 수없이 태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많고 많은 신조어들, 지금도 태어나고 있을 신조어들, 한때 신조어에 관심이 많아져서 이것저것 공부하듯이 노트에 적어 놓기도 했는데 해도 해도 끝이 없어 보여 단념한 것이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았다.

어쩌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무식하다는 소리는 절대로 듣고 싶지 않은 것이 속마음일 터, 지금까지 공부하는 자세를 멈추지 않고 지탱하는 것이 자존심의 문제인데 며칠 전 중앙 일간지 H신문에서 `오마가세는 이만! MZ세대 욜로(yolo)족 지고 요노(yono)족 뜬다>는 타이틀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마카세는 일본 말 같고 욜로와 요노는 영어일 테고, 그러나저러나 어떻게 신문의 타이틀이 무슨 말인지조차 모를 수 있단 말인가!

신문을 읽다 말고 조심스럽게 핸드폰의 검색창을 두드린다. 오마가세란 일본어로 `맡기다' `신뢰하다'는 뜻으로 味식 용어이며 원래는 주방장이 알아서 음식을 내어주는 것에서 유래한 용어인데 요즘은 묻지마 소비형태를 말한다고 한다.

욜로(yolo)족이란 `한 번뿐인 인생(You Only Live Once)' 멋지게 살자는 모토로 소비시장을 이끌던 소비자를 말하며 오마가세를 즐긴다. 요노(yono)족은 욜로족의 대척점에 있는 `이것만 있으면 돼'(You Only Need One). 필요한 것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알뜰 소비형태를 이르는 말이란다.

그러니까 `한 번뿐인 인생(You Only Live Once)'을 위해 과감한 지출을 마다하지 않는 `욜로(YOLO)족'의 시대가 저물고, 소비를 절제하는 `요노(YONO)족'이 세계적인 유행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분석을 담은 기사임을 알았다.

욜로족이 지고 요노족이 뜨는 데는 팬데믹의 여파가 크다고 했다.

인플레이션과 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소비시장이 얼어붙어 회복되지 않은 채 계속되다 보니 젊은이들의 소비패턴이 자연스럽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5년 이상 사용한 사실을 자랑하거나, 유행에 뒤떨어졌지만, 아직 입을 수 있는 옷을 입고 인증샷을 찍는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실천 사례를 공유하고 장려하는 경우 등 SNS에 저소비 트렌드 붐을 일으키며 체험이 하나의 놀이문화처럼 확장되고 있다고 `젠지'(GenZ·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사이 출생) 세대를 분석하기도 했다.

아끼는 것이 몸에 배어 시종여일 구두쇠처럼 살아온 노인 세대들에게는 그저 그런 내용일 뿐인데 내용보다도 제목에 등장한 단어들의 생소함에 먼저 놀라 사단이 벌어진 것이다.

언제부터 기사들의 용어가 이처럼 뒤죽박죽이란 말인가?

한글의 위대함을 수없이 열거하면서 한문 사용마저 지양했던 한때가 무색하게 영어는 물론 일본말 용어까지 버젓이 등장하다니….

오마카세, 요노족, 욜로족 등 신문기사 타이틀에 나온 낱말들을 모르는 나는 문해력에서 어느 정도인 것인가?

단어를 찾아가며 기사를 읽었다는 데에 대해 씁쓸하다.

중학생이 콘사이스를 들춰보며 영어공부를 하듯 검색창을 수시로 열며 신문을 읽는 나의 모습이 웃픈 것이다.

앞서 지난 5월 대형 유튜브 채널 `너덜트'는 배우 모집 공고를 내며 `모집인원 0명'이라는 문구를 썼는데, 이를 본 일부 네티즌들이 “한 명도 안 뽑을 건데 왜 공고를 냈냐” “구체적인 인원수가 있어야지, 공고 올려놓고 0명이라니. 잘될수록 겸손해야지 이게 뭔가” 등 악성 댓글이 이어졌다던가?

한 카페 운영자가 행사 차질에 대해 “심심(甚深)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가 팬들로부터 “지금 상황이 심심하냐” 등 비난을 받았다던가?

또, “3일 연휴를 왜 4일 아닌 사흘로 쓰냐” “금일(今日) 마감이면 금요일(金曜日)까지 내면 되는가” “장소가 우천시 변경이라는데, 우천시가 어디 있는 도시인가” 등등 기본적인 어휘를 이해하지 못하는 비문해 사연을 접하고 쿡쿡거리며 즐거워 한 나는 무색해 해야 하는가?

문해학교 다니는 이웃집 임여사나 한문을 배우지 못한 요즘 세대들의 동문서답식 웃지 못할 사연이나 검색창을 두드리며 신문을 읽는 나까지 도긴개긴이지 싶다.

세상이 복잡하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어쩌면 모르는 것이 많고 많음이 정상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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