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장에 가는 즐거움 중 하나는 음식, 먹거리이다. 우리가 어떤 관광목적지(Destination)를 선택할 때 다양한 이유들이 있다. 음식이 어떤 축제나 여행장소를 결정할 때 첫 번째 선택지는 아니나 매우 중요한 두 번째 내지는 세 번째 선택 요인 중의 하나임은 틀림없다.
축제나 관광지를 즐기고 다음으로 이어지는 동선이 먹거리이다. 뭔가 특별하거나 소문난 맛집을 바로 검색한다. 그러나 축제에 있어서 그 중요성에 비해 먹거리존에 대한 구성이 안일하다. 제일 무성의한 경우는 음식부스존을 구성해놓고 외부 음식업자들에게 부스를 일괄 임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질과 양이 담보되지 않는다. 어느 축제장에서나 볼 수 있는 통돼지 바비큐 한 마리 돌아가고 육개장, 해물파전, 도토리묵 무침 등의 메뉴구성이 눈앞에 훤히 보인다. 또는 각 읍면동별 주민자치로 진행되는 음식부스이다. 역시 비슷비슷한 메뉴들이다.
충북권의 일부 축제장에서 흥미롭게 보았던 것이 괴산김장축제의 올갱이밥,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의 약수동치미, 영동곶감축제의 곶감호떡과 포도김밥 등 축제와 지역의 핵심 농특산 자원을 활용한 먹거리들이 관찰되었다. 이렇게 작지만 희망이 있는 먹거리들이 있다.
해외축제에서도 핵심자원과 스토리가 반영된 축제 먹거리가 있다. 캐나다의 대표적인 겨울축제 오타와 윈터루드(Winterlude) 축제사례이다. 오타와 윈터루드는 다양한 이벤트와 볼거리로 평균 60만명의 사람들이 즐기고, 8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겨울이 되면 오타와 중심에 있는 리도 운하(Rideau Canal)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공 아이스 스케이트장으로 변한다.
겨울마다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리도 운하 스케이트웨이는 50여 년을 맞이하는 긴 역사와 7.8km에 이르는 규모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렇게 긴 리도운하에서 스케이트를 즐기다가 출출해질 때 먹는 윈터루드 대표 간식이 바로 비버테일(Beaver Tails). 리도운하에 서식하는 비버라는 동물의 넓적한 꼬리 모양을 닮아 붙여진 이름으로 이른바 캐나다식 호떡이다. 넓적한 모양의 파이 위에 과일이나 초콜릿, 시나몬 등 다양한 토핑을 얹어 먹는다. 비버테일 네이밍 자체에 이미 리도운하의 스토리가 담겨있다.
이 겨울축제의 또 하나의 간편하고 재미있는 먹거리는 메이플 태피(Maple Taffy)이다. 바로 캐나다 국기에 그려져 있는 단풍나무가 메이플 트리이고, 여기서 나오는 것이 메이플 시럽이다. 이 시럽을 활용하여 축제장에서 눈(Snow)을 쌓아놓은 선반 위에 뜨거운 메이플 시럽을 길게 늘여놓는다. 관람객들은 각자 나무스틱을 가지고 눈 위의 시럽을 똘똘말아 막대사탕처럼 빨아 먹는다. 체험형으로 운영되어 사탕을 만들어 먹는 과정 자체가 이미 재미다.
음식은 현대인에게 관광을 떠나도 매우 흥미로운 아이템이다. 대중매체나 유튜브를 점유한 콘텐츠들이 음식테마이다. 쉐프들이 등장하거나 먹방을 진행한다. 축제에서도 음식을 메인테마로 급성장하는 축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구 북구 떡볶이페스티벌, 김천 김밥축제, 괴산김장축제, 홍성글로벌바비큐 페스티벌들이 그것이다.
또 하나의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한 현상이 백종원 씨의 축제계 진입이다. 홍성글로벌바비큐 페스티벌, 금산인삼축제, 예산맥주축제, 통영수산물축제 등이다. 대부분의 축제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이미 시각적으로 미각을 자극하고 언론에 노출되기 좋은, 요리하는 과정 자체가 이른바 그림이 된다. 음식에 지역의 테마가 반영된 다양하고 대중성 있고 가격 졍쟁력이 있는 결과물들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각 축제는 백씨가 지속해서 관여될 수 없을 때의 상황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긍·부정효과를 잘 저울질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그는 축제장의 음식을 레벨업시켰고, 우리 축제계는 지역성이 반영된 음식에 관한 관심과 개발에 더 분발해야 할 것이다. 축제음식, 더 맛있고 더 깊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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