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애초부터 의심받을 상황을 만들지 말라는 뜻이다.
최근 음성천연가스발전소 주변지역 특별지원사업으로 추진 중인 태양광발전사업 부지 선정 과정 중에 논란이 발생한 이유를 바로 이 속담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발전소 주변지역 특별지원사업은 발전소로부터 반경 5Km 내 피해 지역 주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국가가 법으로 정해 놓은 사업으로, 음성천연가스발전소 주변 지역에는 총 150억원의 사업비가 지원된다. 사업 시행자는 자치단체인 음성군이고, 운영 주체는 주민협의체인 마을협동조합이다. 첫 번째 특별지원사업으로 시행하는 태양광발전사업은 약 36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이 중 사업 부지 매입비만 10억원이 넘는다.
음성군은 그동안 태양광발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여러 부지를 물색했지만 반대 민원에 부딪히면서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어떻게든 올 안에 부지를 선정해야 36억원을 날리지 않고 시행 기간인 내년까지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촉박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절박한 시기에 절묘한 사업 부지가 추천돼 선정됐다. 논란의 발단은 여기서부터다.
선정된 사업 부지는 해당 부지마을 이장이면서 부지 선정을 결정하는 특별지원사업 심의 위원의 땅이다. 그는 얼마 전 음성군에서 공모한 2년 임기의 음성천연가스발전소 주변지역 특별지원사업 심의 위원에 피해 마을 이장 자격으로 신청해 선정됐다. 또 그는 태양광발전사업을 운영할 마을협동조합의 요직을 수행하다가 일부 이사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올해 초 사임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논란은 음성군에 제출한 해당 부지 마을 주민동의서가 주민회의 때 설명한 내용과 다르게 위조된 것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더 커졌다.
주민들은 태양광발전 사업을 하지 않으면 조합 사업비 36억을 날릴 수 있다는 말만 들었다. 마을 앞 이장 땅이 사업 후보지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주민들은 흔쾌히 동의서에 서명했다.
정보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다. 그래서 정보는 돈이 되고 이익이 될 수 있다. 손자병법에서도 정보를 전쟁의 승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정의하고 있다.
일반 주민들은 발전소 주변지역 특별지원사업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최소 마을 이장 정도는 돼야 국가에서 발전소 주변 피해지역 주민들의 권익을 보상해 주기 위해 거금을 지원해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합원인 마을 주민들이 특별지원사업 혜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마을 이장의 정확한 안내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관심을 갖게 된다. 이번 이장 땅 사업 부지 선정 논란은 분명 마을 주민들이 격노할 만한 일이고, 의심을 살 만한 일이었다.
그래서 정보를 가진 요직의 인물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일이 높은 언덕에 올라 자신의 이익을 찾는 농단을 자행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매지 말라고 했던 것이다.
논란의 땅 주인인 마을 이장은 타지에서 온 사람이다. 언제 팔릴지 기약도 없고 당초 사업 부지로 부적격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던 땅을 비싼 가격에 팔아넘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들어냈다. 반면 토착 주민들의 땅은 대규모 태양광발전시설로 인해 헐값으로 하락하는 피해를 입게 될 절명의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
물론 마을 이장이 음성군과 협동조합에서 찾지 못해 그토록 애를 태우고 있는 사업 부지를 조합의 발전, 주민의 권익 등 대의를 위해 진심으로 추천하고 제공했을 수 있다. 제발 그런 마음이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