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과 탄핵정국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정치 불안이 국가경제를 위기로 몰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이라는 국내 정치 불안의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분야는 경제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장기화된 내수경기침체를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넣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사태로 치솟았다. 계엄사태 이후 1410.1원(4일), 1415.1원(5일), 1419.2원(6일), 1437.0원(9일)으로 이어지다가 10일에는 다소 꺾여 1426.9원에 마감했다. 11일엔 1430.70으로 당분간 1400원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높다. 악화될 경우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 불안이 초래한 고환율은 가계와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고환율은 서민 먹거리를 자극하고 있다. 당장 식용유, 밀가루 등 원자재 수입 가공품들에 비상이 걸렸다. 라면은 주원료인 밀가루, 팜유 등 수입의존형 서민식품이다. 간장, 된장 등의 장(醬)류 제품 역시 수입 콩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환율에 민감하다. 최근같이 환율이 치솟으면 생산원가가 상승하면서 제품값을 인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1400원대 환율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가 비상대책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국내식품업체들은 최대 6개월분의 원자재를 확보하고 있어 환율 상승에 큰 영향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탄핵정국 장기화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비축분이 소진되면 오른 가격의 원자재를 사용해야 하고 판매가를 올릴 수 밖에 없다. 물가상승이 목전에 있는 셈이다.
내수시장도 얼어붙기는 마찬가지다. 정치 불안 탓에 연말연시 특수가 사라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이다. 탄핵정국이 어떻게 될지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내수시장마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국내 정치 불안은 수출입 업체들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값이 크게 올라 일부 원자재는 품귀조짐을 보이면서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 원자재 공급처에서는 선불을 요구할 정도로 국내 정치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치 불안이 만들어낸 총체적 위기다. 비상계엄, 탄핵정국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경제는 더욱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비상사태 수습을 해야할 정치가 여전히 불안정한 탓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정치는 정치적 셈법에 빠졌다. 국민의 안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는 사이 국가경제는 위기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위기극복은 이번에도 국민의 몫이 된 듯하다.
정치에서 경제가 파탄지경까지 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방정부가 위기의식에 비상대책회의를 여는 등 분주하다. 국내 정치상황이 엄중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지역민들의 동요가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국가 위기 상황에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크지 않겠지만 현시점에서는 무엇이든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지방정부마저 형식적이고 보여주기식 비상상황 대처로 끝난다면 그야말로 국민들은 각자도생이 된다.
특히, 탄핵정국을 조기에 종식시켜야 한다. 이번 비상계엄과 탄핵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다. 회복하는 기간도 길어질 수 밖에 없다. 국내외적인 불확실성 해소가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치 불안을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