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는 순간 `아차' 할 때가 있다. 본능적으로 상대의 표정을 훔쳐본다. 상대의 동공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아뿔싸!! 한발 늦었다. 하트를 보내려고 했는데 화살을 쏴 버린 것이다. 실수라고 하기엔 궁색하다. 차라리 입을 닫고 미소만 지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
인생의 이치를 깨닫는다는 지천명(知天命) 50대, 왜 아직도 잘못된 언어 선택과 품격 없는 말투로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머리를 쥐어짜며 후회할까.
# 언격=인격
“말은 곧 나다!”라고 했던 철학자 니체의 말처럼 나의 말과 말투가 모여 나를 드러낸다. 언어는 삶이 묻어나는 영혼의 숨결이며 행동의 그림자다. 따라서 말의 품격, 언격(言格)은 그 사람의 인격(人格)이라고 할 수 있다.
50대는 자신의 영역에서 뭔가를 이루어 내거나 리더가 되는 나이이다. 또한 직장에서 물러나거나 리더 지위에서 내려와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변화하지 않으면 적응하지 못하거나 환영받지 못하는 외톨이의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늙은 호랑이는 개들의 웃음거리다.'라는 아랍의 속담을 기억해야 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언필칭 `100세 시대'라는 관점에서 50대의 내 언어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반추(反芻)하고 또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위해서라도 냉정하게 점검해볼 가치가 있다. 직장이나 사적 모임에서 대화를 하다 뭔가 불편함을 감지했다면 그때가 바로 자신의 말과 말투를 점검해볼 때이다. 내가 불편했다는 것은 역으로 내가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말과 말투에 상대가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 오만함과 언격
프랑스의 실존철학자이자 작가인 시몬 보부아르(Simone Beauvoir)는 “자신의 정력에 자신이 없는 남자만큼 상대방에게 오만하고 공격적인 사람은 없다.”라고 하였다. 자신감이 오만함으로 변하는 순간 상대와의 소통은 끊어진다.
뭔가를 이루었을 나이인 50대는 자칫 지나친 자신감으로 인해 오만의 유혹에 빠질 기회가 많다. 그런 사람들과 모임을 하거나 논의를 하다 보면 그들의 말투에서 오만이 묻어난다. 오만함은 타인 배려하지 않기에 대개 목소리가 크고 약자에게 강한 모습을 드러낸다. 보부아르는 이런 남성들의 열등감과 약점을 정확하게 간파하였다. 사람의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 이유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 사람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간혹 카페나 음식점에서 무례하게 굴거나 큰 목소리로 주변 사람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런 사람들이 친구라면 이제 그런 친구들은 바꿀 때가 된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 50대의 언격
50대는 처한 곳에서 나름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세대이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언어와 말투에 반영된다. 영향력이 커질수록 말투가 끼치는 힘도 커지기에 50대에는 상대방이 주눅 들지 않도록 그들의 입장을 잘 살펴야 한다. 나에게 어떤 선택 권한이 있을 때 나의 선택을 실행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말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50대가 갖는 말의 품격은 상대와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기본이다. 특히 나이가 어리거나 직급이 아래일 때 더욱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여 예의를 지켜야 한다. 해서는 안 될 말이 뭔지 알아야 하고 해서 안 될 말은 끝까지 안 해야 한다.
우리는 장점을 보고 누군가를 좋아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그 사람의 단점 때문이라 한다. 행여 자신의 말과 말투로 상대의 동공에 지진을 일으켰다면 마음을 다해 사과하고 고쳐나갈 때 50대의 언격은 완성되어 갈 것이다.
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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