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녀 양육 방식에 소위 `오은영(정신과 의사)파'와 `하정훈(청소년소아과 의사)파'가 있다고 한다. 오은영 박사는`금쪽이 신드롬'을 일으키며 국민 육아 멘토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하정훈은 오은영식 자녀 양육에 건설적 비판을 하면서 많은 부모와 교사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두 분의 자녀 양육 방식이 이분법적으로 나눠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우리 가정과 학교의 현실적인 상황에서 두 분의 접근 방식에 큰 차이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오은영 박사는 부모가 자녀의 감정과 정서를 잘 관찰하고 자녀의 필요를 세밀히 이해하며 최대한 아이의 입장과 수준에서 공감하며 피드백해주는 것이 자녀 양육의 기본이라 한다. 또한 부모와 교사는 권위자보다 친구 같은 존재로 훈육보다는 공감과 지지로 아이의 자존감을 길러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들이 트라우마를 겪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부모와 교사의 기본 의무라고 말한다.
오 박사는 `자녀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전달해 대중화시켰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젊은 부모들은 아이에게 언행을 신경 쓰고 함부로 체벌하지 않게 되었다.
문제는 오은영식의 자녀양육이 현실적으로 적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자녀양육이 실험실 상황이나 방송으로 NG가 나면 다시 촬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송을 통해 나타나는 오은영 박사의 혜안은 감탄할만하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게 고쳐지고 변화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실제 가정에서 또는 교실에서는 그렇게 되어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오은영 박사처럼 해결하지 못하는 부모와 교사들은 외부로 부터의 비난과 스스로 자책하며 살아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하정훈 원장은 가정의 틀을 만드는 것, 양육자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것, 아이에게 규칙과 한계를 정해주는 것이 양육의 기본이라 한다. 그는 `부모가 행복해야 자녀도 행복하다'는 철저한 부모 중심주의 육아를 전면에 내세운다. 가정의 중심은 부모이며 가정은 부모의 방식대로 이끌어가야 하며 자녀가 집안의 중심이 아니며 왕으로 군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아이들은 24개월 이전에 훈육을 통해 기본적인 규칙과 한계를 가르쳐야 하며 살면서 아이들이 겪는 사소한 트라우마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사랑과 더불어 적절한 좌절도 주어져야 하며 5% 부족하게 키우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이들이 부모나 교사에게 상처받았다며 불평할 정도의 식견을 가졌다면 충분히 건강하게 잘 키운 것이라 여겨도 된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건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 일원으로 만드는 것이며 가정에서 양육자가 권위가 없으면 아이가 말을 안 듣게 된다. 이런 아이는 학교에 가서도 교사의 말을 잘 안 듣게 되며 성인이 된 뒤 사회에 나가서도 부적응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하정훈식 육아다. 부모나 교사가 습관적으로 분노를 표출하거나 학대를 하지 않는 한 꾸중 한번 들었다고 해서 아이의 자존감이 치명타를 입는 건 아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고 너그럽고 회복력이 강하다. 자녀양육에 영끌하고 있는 부모에게 아이들은 말하고 있다. “엄마 아빠, 저는 생각보다 잘 자라니 너무 전전긍긍마세요”라고.
교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초등학생을 키우고 있는 선생님께 물었다.“오은영과 하정훈 두 분 중 어떤 방식으로 아이를 양육하나요?” 선생님은 망설임 없이“000식 양육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000은 그 선생님의 이름이다. 머리를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그렇다. 세상은 넓고 자녀 양육법은 다양하다. 다만 자녀교육 방식이 학교교육 방식과 연동이 되는 것은 현실이다. 지금 교실 안에서는 `오은영식 교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제 자녀 양육과 교육에도 변화가 필요할 때가 온 것 같다.
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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