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Ditto)'를 부른 뉴진스(New Jeans)도 있고, `달맞이꽃'을 부른 유진스(Yujins)도 있다. 유진스는 얼마 전에 종편방송의 서바이벌 음악 예능 프로그램 `현역가왕'에서 1위를 차지한 트롯 가수 전유진의 별칭이다.
최종 집계를 앞두고 전유진이 결승 무대 2라운드에서 선택한 노래는 `옛 시인의 노래'였다. 전주가 흘러나오는 동안에 전유진의 손글씨가 배경으로 보였다.“힘들 때 가슴속에서 꺼내보는 한 편의 시가 되고 싶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지난달의 마지막 날 오전은 전유진의 노래들로 내 마음의 빈들을 빼곡히 채웠다. 1시간 41분 28초에 걸쳐 26곡의 레퍼토리가 빗살무늬 토기처럼 빚어졌다.
프로그램명이 다른 세 개의 유튜브 클립을 시청했는데 어쩌다 보니 업로드가 된 시간 순서대로 감상하지는 않았다. 올해 2월 14일, 2022년 5월 21일, 2023년 9월 12일의 차례였는데 시간의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전유진이 무섭도록 진화했다는 걸 느꼈다.
전유진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동료 가수들은 연신 `잘한다'라는 말로 감탄을 자아냈다. 내가 들었던 노래들 가운데 몇 곡을 추천하라면 `비가(悲歌)'와 `나를 살게 하는 사랑'과 `숨어 우는 바람소리'를 꼽고 싶다.
원곡을 부른 가수들이 있음에도 전유진이 부르면 전유진의 버전으로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여섯 가지 요인이 있다. 중저음을 기본으로 하는 안정감, 명료한 발음, 진성과 가성의 조화, 호흡이 바탕이 된 표현의 완급 조절, 호소력 넘치는 목소리, 위로를 주는 감성.
이제 고3이 되는 전유진의 롱런을 기대한다. 전유진이 현역가왕이 되고서 인스타그램에 남긴“앞으로 더 좋은 가수가 되는 것보다도 좋은 사람부터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말이 주는 떨림과 울림을 간직하는 것도 당신의 삶을 싹 틔우는 씨앗 한 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