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른이 아니다
나는 어른이 아니다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24.07.3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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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씨앗 한 톨
허전한 마음에 우러러본 하늘.
허전한 마음에 우러러본 하늘.
 

어르신 소리를 일찍 들은 셈이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이었으니, 햇수로는 6, 7년 전 일이었다. 직장 후배가 나를 부를 때마다 `어르신'이란 호칭을 썼다. 처음엔 당혹스러워했지만, 대접받는다는 생각에 나중엔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나 자신이 한없이 쪼그라질 때가 있다. 가까운 사람들과 별것도 아닌 걸로 말다툼을 벌였을 때다. 어르신은커녕 어른도 되지 못하는 괴로운 경험으로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얼마 있다가 맞닥뜨리고 마는 건 자괴감(自愧感) 뿐이었다.

참지 못하고 감정을 터뜨린 결과는 늘 볼썽사나웠다.

2015년에 희망제작소 부소장 이진순이 효암학원 이사장 채현국을 만나 인터뷰를 했던 내용을 읽고는 어느 영화의 제목을 패러디해서 `어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the Elders)'라는 제목을 달아 옮겨본 적이 있다.

1. 지식이나 사상을 믿지 않고 사람을 좋아할 수 있을 때, 자유로운 것이다.

2. 잘못 알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확실하게 아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주의하라.

3. 후배한테 하대하지 말라.

4. 꼭 돈을 많이 벌어야만 좋은 일을 하는 게 아니다. 재산은 세상의 것이다.

5. 다른 사람이 비겁해지는 것도 예사롭게 받아들여야 한다.

6. 모든 건 이기면 썩는다.

7. 시시하게 사는 사람들, 월급 적게 받는 사람들, 그리고 이웃과 행복하게 살려는 사람들이 세상의 산파(産婆) 같은 이들이다.

8. 아무리 젊어서 날렸어도, 늙고 정신력 약해지면 심심한 노인네에 지나지 않는다.

9. 쓴맛이 사는 맛이다.

10. 사람들과 좋은 마음으로 같이 바라고 그런 마음이 통할 때, 인생은 참 달기도 하다.

강대헌 에세이스트
강대헌 에세이스트

채현국은 2021년에 이 세상을 하직했지만, 이 시대의 어른으로 남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는 대중문화의 거장이었던 아름다운 어른 김민기가 `상록수에 맺힌 아침이슬'이란 기도문을 들고서 하늘로 떠났다.

꼬박꼬박 나이를 먹어감에도 불구하고, 불쑥불쑥 치기(稚氣)를 부리고 성마르기 짝이 없는 오늘의 자기 모습을 반성하는 것도 당신의 삶을 싹 틔우는 씨앗 한 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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