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상한 나라
폐지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상한 나라
  • 양준석 행복디자인 사람 대표활동가
  • 승인 2024.09.26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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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담

우리는 일상 속 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을 보게 된다. 커다란 수레에 위험스럽게 짐을 싣고 다니는 분들도 있고 누군가의 어린 추억이 있을 유모차를 활용한 폐지 수집 어르신들이 있다.

거동조차 힘들어 보이는 어르신들이 왜 폐지를 줍는 걸까. 필자가 일상생활을 하는 행복까페 앞 골목에도 여러 명의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계신다.

사무실 식구들이 어르신들 수고를 덜어 주기 위해 폐지나 낡은 책을 모아서 전달해 주기도 한다. 문제는 체력이 약하고 유모차형 이동운반 수단의 한계로 가져가지도 못하신다. 하나라도 모으시려고 하는 데 힘에 겹다. 어떤 때는 까페 계단에 쌓아 두기도 한다. 하나라도 더 모으기 위한 노력이다.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문제가 사회문제화된지 오래다. 각종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폐지 줍는 어른을 걱정하면서 대책을 강구하라 하지만 이렇다 할 뾰족한 대안이 등장하고 있지 않다. 사회봉사단체들이 안정적 운반을 위한 특수목적 수레를 제작해서 일부 보급하거나 경제적 도움이 되고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운반용 카트에 광고를 게재하여 경제적 지원을 주는 방안, 야광조끼를 보급하는 정도가 대안적 활동으로 회자된다.

한 방송국에서 폐지 줍는 어르신의 문제를 조명하고자 `GPS와 리어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내용을 보면 한 어르신이 폐지를 줍기 위해 하루 평균 이동하는 거리는 25킬로 정도라고 한다. 며칠을 살펴보아도 거의 같은 동선에서 움직인다. 원거리를 가기 어렵고 수집된 폐지를 고물상에 팔아야 하기에 활동영역을 벗어나기 힘든 것이다.

폐지를 줍는 이유에 대해서도 빈곤한 삶의 문제 해결이 첫 번째로 언급되었다. 여름의 더위, 겨울의 추위 속에서도 폐지를 주어야 하는 삶이 고되시다 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폐지 줍기를 당장 멈추고 싶다는 하소연도 한다.

복지부가 올해 발표한 폐지수집 노인 전국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폐지수집 어르신 수는 1만5000명 수준이고 평균 연령은 78세이지만 80~84세 연령구간이 28%로 가장 높았다 한다. 성비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게 집계됐다. 위 결과를 통해 정부는 노인일자리사업과 연계하고 복지수급자를 발굴하겠다는 기초적인 대책 외에는 근본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왜 이들이 폐지를 줍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함에도 일자리연계, 안전 장구 지원, DB구축 등 소극적 대책만 발표하고 있는 그 시간에도 여전히 폐지 줍는 어르신은 도로를 활보하신다.

그럼 정말 대안이 없는가.

근본적인 내용은 노인빈곤에 있다. OECD 평균 노인 빈곤은 13.5%지만 우리나라 노인빈곤은 38%로 가장 높은 현실이 말해주듯이 빈곤의 노인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폐지를 통한 수입은 연령과 성비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11시간 정도 일한다 했을 때 수입은 평균 1만원정도라고 한다. 시급으로 따지면 천원이 되지 못한다. 그렇게 노구에 일을 해도 수입이 쥐꼬리보다 못한 현실.

당장 노인빈곤에 대한 기본적인 현실 생계비를 국가가 지원해야 할 이유다. 재정은 없는 게 아니라 쓰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거라고 했다. 멀쩡한 태양광을 뜯어내고 옥상정원을 만들고, 멀쩡한 나무를 뽑아내고 공원을 만드는 충북 도정을 요즘 보게 된다. 필요한 사업이지만 생계의 목전에 있는 폐지 줍는 어르신의 삶 앞에는 예산운용의 우선이 될 수 없다.

다른 시각에서 폐지를 보면 우리나라 폐지 재활용의 60% 정도를 어르신들이 일구고 계시다. 이쯤이면 환경적 입장에서 자원재생활동가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무거운 짐을 편하게 이동하는 도구지원, 중간 중간 수집&물류시스템을 만들어 원거리 고물상을 번거롭게 가지 않아도 되는 지원책을 만들어 감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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