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까지 간 낙하산
갈 데까지 간 낙하산
  • 권혁두 국장
  • 승인 2024.10.0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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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여당 전당대회 당시 한 유튜브 채널 기자와 “한동훈을 치면 김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는 취지의 통화를 해 `공격 사주' 의혹을 받고있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낙하산 논란에도 불을 지폈다.

그는 지난 8월 SGI서울보증 상근감사에 임명됐다. 직후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자랑했다.

“사장도 뭐라 못하는 2인자에 정부에서 파견 나온 감사라 그냥 만고 땡이야. 기사 나오고 차 주고 비서도 생겨. 괜찮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찍었지”. 그가 빠트린 게 있다. 한달에 470만원까지 쓸수 있는 호화 법인카드까지 지급되는 자리다.

SGI서울보증은 세계 3위 규모의 보증 전문기관으로 지분 90%를 보유한 예금보험공사의 자회사이다. 회사 내부규범을 통해 임원 자격요건으로 전문성과 업무경험, 신뢰성을 규정하고 있다.

감사계획에서 진행, 결과까지 감사업무 전반을 위임받아 총괄하는 상근감사의 자격조건은 더 엄격할 터이다. 공대 출신으로 금융 경력이 전무한 김대남 같은 인물이 맡을 자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낙하산 인사는 역대 어느 정부도 포기하지 못한 악습이다. 보수·진보 공히 정권만 잡으면 공공기관의 장이나 상근감사, 상임이사 자리를 내편 정치 인사들에게 나눠주는 감투 잔치를 벌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낙하산 인사근절'을 호언했지민 집권 후 박근혜 정부보다 더하다는 비판을 내내 받았다.

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관련 인사들을 중용해 `캠코더' 인사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자신의 팬카페 관리인 출신을 코레일유통 비상근이사로 임명해 최악의 보은인사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도 대선 때 `공공기관 낙하산 원천 차단'을 공약했지만 화장실을 나와서는 악습을 되풀이 했다. 정부 출범 초기에 단행한 25개 공공기관 상임감사 인사에서 정치권 인사가 80%를 차지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하태경 전 의원은 여당 총선 경선에서 탈락한 뒤 보험연수원장에 임명돼 낙하산 공세에 시달렸다. 보험 경력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는 “낙하산 주장이 일부 맞다”면서도 “제가 (물리학과 출신이라) 수학은 좀 한다”는 구차한 변명을 내놨다. 이 자리는 금융권 인사들이 맡아오다 지난 2018년부터 정치권 인사들의 기착지로 전락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고질적 병폐인 낙하산 인사에 대해 기만적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 국회가 지난 18대부터 20대 까지 12년간 발의한 낙하산 방지법안 26건은 모두 상임위 문턱도 못 넘고 폐기됐다. 야당일 땐 근절해야 할 적폐라며 요란을 떨다가 과실을 누릴 수 있는 여당이 되면 돌변하는 행태가 반복돼 온 탓이다. 국회가 지난 2020년 개정한 `공공기관 운영 법률'도 무용지물이다. 공공기관 감사 자격을 공인회계사·변호사 경력 3년이나 감사업무 경력 3년 이상으로 규정했지만, 정당·시민단체 1년 이상 경력자도 가능하다는 시행령을 달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김 전 행정관은 다른 누구도 아닌 김 여사 명품백 몰카 취재에 가담했던 매체의 기자에게 절제없이 혀를 놀려 대통령실을 곤궁에 빠트린 장본인이다.

대통령을 `꼴통'으로 칭하기도 했다. 그를 상임감사로 선임한 SGI서울보증도 난감해진 상황이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출근해 `만고 땡'인 업무를 보고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는 김대남과 친분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를 강제로 그만두게 할 수단이 없다”고도 했다.

김 전 행정관의 상근감사 임명에 대통령실이 간여한 바 없고 간여할 수도 없다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자격도 없는 사람이 웬만한 백으로는 넘볼 수도 없다는 꿀보직을 스스로 골라서 누리는 불공정한 상황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해소하지 않고는 대통령실의 이 말이 믿음을 얻기는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가을 임기가 끝나는 공기업 임원 자리에 이미 대통령실과 여당 출신 내정설이 파다한 마당이다. 김 전 행정관의 뒷배를 밝혀내 책임을 묻고 낙하산 인사 근절을 선언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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