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주말 아침은 여유롭다. 느지막이 일어나 기지개를 켠다. 종종거리며 출근 준비를 할 때와는 달리 게으름을 피워도 조급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주말에는 간단히 아침을 먹거나, 생략하고 시장으로 간다. 요즘 전통시장은 구입한 물건을 무겁게 들지 않고 카트에 넣어 끌고 다닐 수 있고, 주차도 편리해졌다. 시장 입구부터 제철 과일, 떡, 만두, 고로케, 빵, 그리고 지금 막 만들어 따끈따끈한 호떡 등 먹을 것이 많다. 또 생선, 고기, 손질된 닭발, 청국장, 두부, 반찬, 각 나라의 식료품 등 파는 물건이 다양하다.
매대에 놓인 단감을 보니 주황색 껍질을 까 아작아작 맛있게 먹을 생각에 행복하다. 아이는 꿀떡을 좋아하는데 정작 꿀떡은 가끔 사게 된다. ‘아는 것이 힘’인지, ‘모르는 것이 약’인지 모르겠지만 아이의 건강을 위해 매번 꿀떡을 사지 않고, 찰떡, 인절미, 모시송편 등 다양한 종류의 떡을 돌아가며 구입하게 된다.
남편이 좋아하는 고로케는 또 어떤가? 황금색으로 튀겨 내어 보는 사람의 입맛을 자극하며, 속에 품은 것을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다. 고로케의 부드러움과 바삭함은 ‘기름에 튀기면 무엇이든 맛있다’는 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메뉴이다. 또 부모님을 위해 생선을 구입 할 때는 가시를 발라내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어떤 종류의 생선을 고를까 고민하게 된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엄마 조끼까지 사면 오늘 구입할 물품은 끝이다. 가볍고 따뜻한 것 중에서 색을 고를 때는 사뭇 심각해진다. 어르신들은 빨간색을 좋아한다고 하시지만, 취향을 고려하여 너무 튀지 않는 색을 고르게 된다. 물건을 고를 때면 가족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생각나서 행복한 마음이 든다. 동태 한 마리, 두부 한 모, 쑥갓 한 봉지, 어느 음식에나 어울리는 버섯 한 근, 양파 한 망, 당근 서너 개, 바나나 한 다발, 단감 한 망과 귤 한 봉지를 사면서 삶의 즐거움을 느낀다.
시장 구경의 최대 즐거움은 길거리 음식이다. 기름에 튀겨지듯 구워진 호떡, 요즘처럼 날씨가 추울 때는 뜨끈한 어묵 국물과 어묵, 붕어빵, 그리고 계절에 상관없이 우리의 선택을 받는 떡볶이와 튀김이 있다. 여기에 떡볶이와 함께 먹는 꼬마김밥. 만두, 쫄깃쫄깃하고 알알이 뜯어 먹는 재미가 있는 옥수수, 근 단위로 파는 과자, 뜨끈하게 먹을 수 있는 국밥, 먹을 곳도 많고, 먹을 것도 많다. 마치 먹방을 보듯이 집에서는 자주 먹을 수 없는 것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오늘 점심은 떡볶이, 꼬마김밥, 어묵, 그리고 튀김이다. 오랜만에 튀김을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으니 매콤함과 고소함에 웃음이 절로 난다. 요즘은 밀키트 떡볶이가 잘 나와서 떡볶이는 만들어 먹을 수 있지만, 함께 먹는 야채 튀김은 어릴 때 먹었던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오랜만에 먹게 된 야채 튀김과 달콤하고 바삭바삭한 맛이 일품인 단호박 튀김은 정말 맛있었다. ‘집에 갈 때 단호박 사다가 튀김을 해 먹어야지.’
같이 간 동생이 동태를 산 후 손질 중인 사장님께 “요즘 많이 추우시죠?”라고 하니, “그래도 요즘은 겨울 날씨치고는 너무 포근하여 괜찮다”고 하신다. 대화의 물꼬를 트고 나니 물건을 사면서 안부를 묻는 것이 더 이상 어렵지 않고, 특별한 일도 아니다. 단지 인사만 했는데도 더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삶이 마음대로 되지 않거나 스스로 쓸모없다고 느껴져 힘들 때, 시장에 가면 삶에 충실히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시장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가족들과 먹을 식재료와 필요한 물건을 사면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하루에 감사하며 오늘도 시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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