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단언했던 한동훈 대표도 바로 다음날 말을 바꾸고 반대 당론에 동조했다. 그러면서 "범죄 혐의를 피하기 위해 정권을 잡으려는 세력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위법하게 군대를 동원해 내란죄 피의자로 입건된 대통령의 소속 정당은 어디냐는 물음에 직면하게 됐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결말이 고작 ‘잡범이냐 국사범이냐’의 선택이라니, 이 나라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라고 탄식했다. 민주당을 범죄자 집단으로 몰아붙여온 국민의힘이 더 곱씹을 말이다.
한 대표를 포함한 대다수 여당 의원들은 탄핵은 반대하면서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명백한 위헌적 행위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계엄 당일 국민이 목도한 장면은 여당 의원들의 이런 주장에 의문부호를 달게한다. 중무장한 공수부대가 출동해 국회를 유린할 때 여당 의원 대부분은 민의의 전당을 수호하는 대신 당사에 모여 야당 주도로 계엄 부결안이 처리되는 긴박한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다. 다른 곳도 아닌 국회가 군대에 점거되는 위헌적 상황을 방기하다시피한 정당이 계엄령이 수포로 돌아가자 위헌 운운하는 모습은 어색해 보인다.
여당은 탄핵반대를 당론화 하고도 의원들이 당당히 투표에 임해 반대표를 행사하는 정도는 피해갔다. 이탈표가 두려워 집단 투표 보이콧읕 통해 의결정족수를 미달시키는 방식으로 탄핵을 막았다. 내부 구성원간 불신을 스스로 인정한 애처로운 장면이었다.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을 만나 “왜 나까지 체포자 명단에 넣었느냐”고 따졌다는 대목은 실소까지 짓게한다. 가까스로 탄핵 저지에는 성공했지만 범법의 굴레를 쓰게될지도 모를 처지와 흐트러진 대오로 이재명 낙마만 기다리는 정당이 앞으로 닥쳐올 파고를 감당할 수있을지 의문이 들어 하는 말이다.
한동훈 대표는 어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국정 수습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할 수 없으니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판단”이라며 “질서 있는 대통령 조기 퇴진으로 정국을 수습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했다. “퇴진할 때까지 대통령이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고 비상계엄 관련 수사도 성역 없이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