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자려다가 잠이 확 깨어 자리에 일어나 앉아 멍하니 있던 적은 참 오래간만이었다. 속보를 지켜봤다. 인터넷을 통해 소식을 접했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 내일은 작가와의 만남이 있고, 준비를 위해 일찍 출근해야 하니 일단 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잠을 잘 못 잤다. 일어나서도 눈을 비비며 뉴스를 살펴보고, 커뮤니티 사이트들을 살펴봤다. 잠든 몇 시간 동안 엄청난 일이 벌어져 있더라. 한겨울밤의 대소동인가 싶더라.
원래는 ‘전쟁을 평화로 바꾸는 방법’(루이즈 암스트롱 글, 서현 그림, 평화를 품은 책)을 읽고 다른 나라 이야기를 할까 했다. 이 책은 국제정세를 알려주기에 딱 좋은 책이다. 글을 쓴 루이스 암스트롱은 ‘레몬으로 돈 버는 법’의 작가다. 그림은 ‘눈물바다’의 서현 작가다. 좋아하는 작가 둘이 쓴 책이다. 이 책으로 다른 나라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다른 책이 더 필요하지 싶다.
내가 읽은 정치 책 중에 가장 추천하는 건 ‘세빈아, 오늘은 어떤 법을 만났니’이다. 아이 넷의 엄마로 변호사인 작가가 쓴 책이다. 아이에게 들려준다는 마음으로 쓴 책이다 보니 너무 어려운 말도 없고 상황도 아이들 맞춤이더라. 중학생 이상이라면 ‘헌법수업’도 추천드린다. 그러나 초등 6학년 정도 친구에게 책을 추천해 준다면 이 ‘질문하는 법 사전’(신주영 글, 풀빛)을 추천해 줄 것 같다. 정치 책을 처음 읽거나, 간단히 요점만 다루기에는 이 책이 더 눈에 잘 들어오고 좋을 거 같다.
‘질문하는 법 사전’은 그림 한 컷에 세 줄에서 다섯 줄 정도의 줄글로 되어 있다. 카드뉴스 형식으로 되어 있다고 해야 하나. 책을 싫어하더라도 일단은 한 번은 읽어 보고 싶게끔 되어 있다. 아기자기한 그림과 설명이 쉽게 들어온다. 요새 아이들이 딱 좋아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얇다. 100여쪽 정도의 책이다. 법에 대한 정의, 하는 일, 헌법과 인권 등에 대해 핵심 개념을 두 세쪽 정도로 잘 설명해주고 있어,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다면 후르륵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옥효진 선생님의 법과 정치 개념 사전’(옥효진, 다산어린이)도 마지막까지 고민한 책이기도 하다. 이거는 ‘질문하는 법 사전’보다는 좀 더 내용이 많다. 이 책도 만화로 되어 있어 읽기는 좀 수월하긴 하다. 그러나 글밥이 많고, 다루는 부분이 넓어 조금 어려워 할 수도 있긴 할 것 같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10~11일로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여러 서점에서 작가의 책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비롯한 1948년 4월 3일의 제주와 1980년 5월 18일의 광주와 관련 책들을 모아 함께 다양한 북큐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더라. 도서관에서도 노벨상 축하를 겸해 낭독과 필사 등의 여러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더라. 원래대로였다면 한강 작가와 우리 문학의 성장을 축하하는 자리가 되었을텐데, 이게 왠일인가 싶어 아직도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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