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안녕
밤새 안녕
  • 이창옥 수필가
  • 승인 2024.12.0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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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너무 많은 정보와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이니 설마 가짜뉴스려니 했다. 몸살 기운에 약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 밤새 벌어진 엄청난 일을 알지 못했다. 세상이 뒤집어 질 뻔한 일을 전혀 모르고 꿀잠을 자고 몸살 기운을 떨쳐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기분이 착잡해지고 어이가 없어 도로 몸살이 날 것 같은 심정이었다. 차라리 악몽이거나 가짜뉴스이길 바랐다. 마음 같아서는 도로 눕고 싶었지만 내가 소속된 ‘문학 미디어’ 신인상 수상자들의 시상식 겸 작가회 송년회가 서울에서 있는 날이라 정신을 차려야 했다. 서울로 가는 차 안에서 밤새 벌어진 일 때문에 모두 잠을 설쳤다고 했다. 아마 나도 뉴스를 접했다면 그분들과 똑같이 뜬눈으로 밤을 새웠을 것이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잠을 잘 잤노라 웃고 떠들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아 차창 밖으로 얼굴을 돌렸다. 도로변에는 소나무 가지가 부러진 것이 종종 보인다. 분명 며칠 전 내린 폭설로 하여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부러진 가지일 것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평택에 살고 있는 지인의 소식이 떠올랐다. 기상청은 며칠 전 내린 눈을 습기를 가득 머금은 ‘습설’이라고 했다. 그래서 평소의 눈보다 무거워 피해를 본 곳이 많다고 한다. 평택은 눈 때문에 축사의 지붕이 무너져 내린 곳이 많아 피해가 극심하다고 했다. 지인 부부는 비어있는 축사를 내어주고 피해 본 축산농가를 도와 애를 쓰고 있다는 소식에 절로 고개가 숙어졌다. 부부는 몇 해 전 노후를 편히 쉬어보려 그동안 열심히 하던 목장을 그만두었다. 그런데도 피해당한 축산농가를 위해 묵혀두었던 축사 장비를 수리하고 불편함과 경제적인 손실도 감수하고 축사를 기꺼이 내어주었다. 이처럼 정신이 올바른 사람들은 자신이 비록 손해를 보더라도 기꺼이 위기를 겪고 있는 주변을 외면하지 않는다. 사람 살아가는 세상은 이래야 살맛이 나는 게 아닐까? 나는 자영업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다. 지금 20여 년 넘게 운영한 가게를 폐업할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기도 하다. 경기 불황이라는 말로는 어찌해볼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헛말은 아니다. 어디 자영업자만 그러하겠는가. 제조업을 하는 사업자들도 일이 없어 허덕이고 그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한집안의 가장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게 요즘 우리가 모두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국민의 삶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 이 시기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여야 했을까.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만 나온다. 회원들을 태운 차가 서울로 접어들어 남산타워가 보이고 목적지인 호텔에 들어섰다. 겉으로는 마치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행사는 진행되고 시상식도 무탈하게 끝이 났다. 행사 내내 수상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즐거워하고 행복해했다. 주어진 일에 열심히 살아가며,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이런 것이 보통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이다. 이런 소소한 일상마저 위협당하는 그런 현실이 슬퍼진다.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 한 일을 당했거나, 겪으면 밤새 안녕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부정하고 싶지만 우리는 모두 ‘밤새 안녕’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내야 하는 불안한 시대와 마주하고 서 있다. 하지만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 남의 불행을 함께 위로하고, 타인의 행복을 함께 기뻐하는, 평범하고 소소하지만 스스로 빛을 내어 주변을 밝히는 위대한 사람들이 많아 세상은 돌아가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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